전쟁사 이야기 번외편 - 인디애나폴리스 침몰사건
게시글 주소: https://susi.orbi.kr/00029459571
제가 어릴 적에 영화 를 잠깐 본 기억이 납니다. 요즘에는 직접 시청했던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그 영화에 사용된 점점 조여오는 공포감과 상어 지느러미가 물 위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정말 유명한 밈이 되었죠.
아주 흥미롭게도 이 의 영감이 된 사건이 세계 2차대전 종전 직전에 발생한 미국 중순양함 인디애나폴리스 침몰사건입니다.
(USS indianapolis 는 미국과 일본의 전쟁이 종결되기 직전 어이없는 사고가 겹치면서 침몰하고 많은 수병들이 전사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됩니다. 약 1200명의 승조원 중 300여명만 살아남은 대형 사고였습니다.
http://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97 )
1945년 7월 일본의 패색이 확실해지는 가운데 인디애나폴리스는 극비 임무를 하나 수행합니다. 바로 리틀보이 원자폭탄에 사용될 재료들을 수송하는 임무였죠. 이 폭탄은 8월 6일 조립되어 일본에 투하됩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원자폭탄이 사용되는 순간이었죠.
7월 26일 성공적으로 원자폭탄 재료를 수송한 이후 아군 해군기지로 돌아가던 도중 비극이 발생합니다. 이런 대형함선은 기동이 매우 힘들기에, 작은 구축함이 여럿 호위로 붙어서 적 잠수함을 경계하는 도움을 주어야합니다. 그러나 상부는 극비 임무를 이유로 구축함 호위를 붙여주지 않았는데, 이미 원자폭탄 재료를 안전하게 수송한 뒤인 7월 26일에도 어떠한 호위함을 붙여주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인디애나폴리스의 함장은 부족한 대잠장비(적 잠수함을 포착하고 공격하는 무기, 주로 구축함같은 작은 함선에 적재)의 이유로 계속 구축함 호위를 요청하였으나 극비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이유로 인해 거부당합니다.
결국 7월 30일 아군 해군기지로 항해하던 도중, 일본 잠수함에 포착되고 어뢰 공격을 받게 됩니다. 6발의 어뢰 중 2발이 직격하여 300명이 전사하고 함선이 침몰하는 피해를 입습니다.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인디애나폴리스 침몰 사건은 태평양 전쟁에서 흔히 벌어진 전투 중 하나로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침몰 직후부터 근처 아군에게 조난신호를 발송하고, 남은 900여명의 승조원이 바다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지속적인 구조 신호를 보냈으나 당시 일본의 패전이 매우 짙어진 상황에서 해군 당직자들은 매우 안일했고, 근처 수신소의 당직 사관들은 술을 먹고 자고 있었거나, 다른 사관들과 놀고 있었거나, 또는 일본군이 아군을 유인하려는 기만책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난 신호를 보낸 이후 4일이 지나고 나서야 지나가던 미군 비행기가 이들을 발견하고, 해군에 의해 이틀에 걸쳐 구조를 받습니다.
(1200여명의 승조원 중에서 함장을 포함하여 900명이 물 위에 떠서 구조를 기다렸지만, 5일이 넘는 시간 바다에 표류하며 탈수, 식량부족, 환각, 상어의 습격으로 인해 300명까지 줄어듭니다
https://namu.wiki/w/%EC%9D%B8%EB%94%94%EC%95%A0%EB%82%98%ED%8F%B4%EB%A6%AC%EC%8A%A4%20%EC%B9%A8%EB%AA%B0%EC%82%AC%EA%B1%B4 )
당시 승조원들이 조난당한 해역이 상어떼가 출몰하는 지역이었는데, 시체와 부상자의 피냄세를 맡고 몰려온 상어떼에 의해 승조원들은 무참히 희생당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구조 중에도 상어떼에게 공격받을 정도로 그야말로 바다의 생지옥이었습니다.
당연히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미 해군 수뇌부는 어떠한 구조신호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인디애나폴리스의 함장 맥베이 대령을 군사재판에 회부합니다. 죄목은 "적절한 기동을 통해 적 어뢰를 회피하고 자함을 지켜내지 못했다"라는 것이 었는데, 수없이 많은 함선이 침몰한 태평양 전쟁에서 그야말로 유일하게 자신의 함선이 침몰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웃지 못할 일입니다.
이후 맥베이 대령은 전역이후 1968년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는 침몰사건 이후 전사한 승조원의 유가족에게 항의 편지와 전화를 받았고, 정신적 고통으로 방황하다가 끝내 자살로 생을 마칩니다.
이 일화는 이후 에 영감을 주었고, 이 영화를 우연히 알게 된 11살의 헌터 스콧이라는 학생에 의해 인디애나폴리스 침몰 사건이 재조명됩니다. 영화 의 영향을 주었다는 해당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생존자 승조원들을 인터뷰하면서 해당 사건에 책임 회피와 비극적 결말이 있다는 것이 알려집니다.
이후 해당 사건은 일파만파 커지면서, 나중에는 당시 인디애나폴리스를 침몰시킨 일본군 잠수함 I-58의 함장 하시모토 모치츠라의 편지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미합중국 상원 군사위원장 존 워너 의원 귀하
저는 당시 USS 인디애나폴리스 함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던 일본제국 해군 잠수함 I-58의 함장이었던 전 제국해군 중좌 하시모토 모치츠라입니다.
저는 귀하의 결의안이 1945년 7월 30일 격침된 미해군 중순양함 USS 인디애나폴리스의 함장 故 찰스 버틀러 맥베이 3세 대령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당시 어뢰공격을 지시했던 장본인으로서 저는 맥베이 대령이 왜 군사법정에 세워졌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경계태세를 소홀히 했다는 유죄 이유도 납득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전 인디애나폴리스가 어떤 상태라도 격침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저와 인디애나폴리스의 승조원들은 끔찍했던 전쟁과 그 결과에 대해 서로를 용서했으며, 이제 귀하와 귀하의 나라도 인도적 차원에서 맥베이 대령에게 씌우진 부당한 혐의를 벗겨 주실 것을 믿습니다.”
이후 이 사건은 클린턴 대통령대에 이르러서 재조명되었고 맥베이 대령과 승조원들은 모두 명예회복됩니다. 맥베이 대령은 당시 제독으로 전역하였으나, 인디애나폴리스의 승조원들은 그를 끝까지 함장으로 호명했었으며 명예회복으로 무공훈장 수여 이후 맥베이 대령의 묘지로 찾아가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집니다.
(생전의 맥베이 함장)
전쟁사 시리즈
https://orbi.kr/00020060720 - 1편 압박과 효율
https://orbi.kr/00020306143 - 2편 유추와 추론
https://orbi.kr/00020849914 - 번외편 훈련과 숙련도
https://orbi.kr/00021308888 - 3편 새로움과 적응
https://orbi.kr/00021468232 - 4편 선택과 집중
https://orbi.kr/00021679447 - 번외편 외교전
https://orbi.kr/00021846957 - 5편 공감과 상상
https://orbi.kr/00022929626 - 6편 정보전
https://orbi.kr/00023174255 - 7편 실수와 인지오류
https://orbi.kr/00023283922 - 번외편 발상의 전환
https://orbi.kr/00023553493 - 8편 준비와 위기대응
https://orbi.kr/00023840910 - 번외편 비전투병과
https://orbi.kr/00024082234 - 9편 예상과 예측
https://orbi.kr/00024160983 - 10편 신뢰성
https://orbi.kr/00024418374 - 번외편 보안
https://orbi.kr/00024715925 - 11편 기출분석
https://orbi.kr/00025035755 - 12편 파일럿 교육 양성
https://orbi.kr/00025121266 - 13편 인적자원과 교육
https://orbi.kr/00025579054- 14편 설계사상
https://orbi.kr/00026239605 - 15편 독소전쟁
https://orbi.kr/00026862509 - 16편 목적과 효율
https://orbi.kr/00027274206 - 17편 현대전의 발전 양상
https://orbi.kr/00027336409 - 번외편 항공모함 시대의 도래
https://orbi.kr/00027382337 - 18편 러일전쟁
https://orbi.kr/00027503697 - 번외편 기만과 속임수
https://orbi.kr/00027559260 - 번외편 MHRD
https://orbi.kr/00027622118 - 번외편 미래의 전쟁
https://orbi.kr/00027786178 - 19편 의료전선
https://orbi.kr/00028148901 - 20편 중립과 군사력
https://orbi.kr/00028250151 - 21편 장전과 방아쇠
https://orbi.kr/00028339193 - 번외편 음식
https://orbi.kr/00028397136 - 번외편 잠수함
https://orbi.kr/00028594440 - 22편 단순함과 효율
https://orbi.kr/00028616772 - 23편 준비
https://orbi.kr/00028633462 - 번외편 기업가정신
https://orbi.kr/00028751436 - 번외편 단수와 보급
https://orbi.kr/00028918449 - 24편 자율성과 민주주의
https://orbi.kr/00028929569 - 25편 경험과 실패
https://orbi.kr/00028954207 - 26편 문화
알고리즘 학습법(4편예정)
https://orbi.kr/00019632421 - 1편 점검하기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삼국지 이야기
https://orbi.kr/00024250945 - 1편 일관성과 신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강심장 ON 1
-
자세한 건 말 못하지만 본인이 관심있는 학원 이름 디시에 서치 한번 해보고 가세요...
-
진로 이런거 얘기하다가 영상쪽은 AI가 거의 대체할거라면서 나보고 잔인하지만 꿈을...
-
전건과 후건이 모두 참이라서 명제가 참 둘사이에 인과관계는 없다고 함 하지만...
-
?
-
할루 4
-
블랙홀때문에 우주팽창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어디서 들어봤음
-
가기전에 하나만 0
히카 시즌4 왤캐 낯설지 문제들이 쉽지 않네 음,,, ㅅㅂ 칸타타형 살살내라고
-
계속 튀어나오는 1q 킬러들 제끼면서 500원씩 쓰고 있다 보면 진짜 진한 현타에...
-
고2학평 에피 4
보통 전체에서 3-4개틀까진 뜨죠?
-
ㅇㅂㄱ 8
10모 잘보고 올게요
-
축약은 음운개수 줄어드는 반면 교체는 안 줄자나요? 굳이-------- 이건...
-
일어나고 나서 6시간 정도는 지나야 머리가 돌아가서 수능패턴 맞추려고 맨날 새벽...
-
애들한테 다 그러시는 스타일인데 한번씩 계속 스몰토크하려고 말 걸고 자습할때...
-
힘이 안나네요 1
오늘은 갓생하려했는데 집나간 패턴이 안돌아와요
-
얼버기 14
-
17시즌 9등 -> 현역 18수능 조지고 재수 18시즌 5등하고 승차 없는 6등...
-
미국에서도 오르비 하시는 분들이 많나
-
시험 6일 남았네 시발
-
한시간에 한마디 할까 말까 용건만 간단히 전하는 입무겁고 합리적인 이성친구
-
수학황분들 0
이미지 모고 vs 빡모 ㅊㅊ점요
-
ㅈ됐다 1
내일 10몬데, 실모 오답하느라 아직까지 깨어있다 ㄷㄷ
-
뒷자리 오버워치하네 15
십 스터디카페가 피방이 됐네
-
홍익대 경영 항공대 항공교통물류 둘다 작년기준 최초합권입니다.
-
오후9시에일어나도아무문제없는게아닐까
-
과탐 둘다 안하긴 하지만 생명은 비유전까지는 피지컬로 풀수 잇어서 유전 찍맞 2...
-
마지막 수능이 코로나 한창일때 한참 옛날인데 지금도 수능만 다가오면 싱숭생숭함 이것도 병인듯
-
아 보면 짜증나고 안보이면 보고싶고 수능같은 녀석 나도 자야되는데
-
마지막 ㅇㅈ 8
수능 끝나고 유럽 쫙 돌았는데 베를린 한번 더 가고 싶다
-
모두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우리는 제법 머리가 좋다 너의 fame. 나의 자랑...
-
아 자야되는데 ㅅㅂ 15
언제자냐고 ㅠㅡㅠ 잠이 안 와
-
마피아42
-
한달간 닫는다.
-
진짜 ㅇㅈ 4
아.
-
피자 최고
-
연애하는 꿈 자주꿈 그리고 일어나서 설렘
-
영어 공부특 4
미룸 그러다가 수능 2뜨고 메디컬 안 되니까 후회함
-
진짜 안좋은데 노트북으로 해야겠다
-
자기엔 늦었다 4
걍 밤새고 카페인 빨아야지 일단 컵라면 먹고싶은데 추천바듬
-
고전소설 7
다들 어떻게 푸시나요
-
중독되겠네 한달뒤에 올게 빠이
-
안경 이것저것 ㅇ?ㅈ 12
얼빡 다 가져온듯 흑역사 박제느낌인거지
-
도파민 나와서 못 끊겠네 어떻게 쉬고 있었던 오르빈데
-
야스 인증 4
야스장와서 야스하는 사진 ㅇㅈ 데드 160. 스펙 175 68
이런 지식은 어디서 얻은셧나요
관심가지고 찾아보거나 전쟁사 관련 책들 좀 읽었고, 좋은 다큐멘터리도 많이 나와있고요 종종 진짜 용기내서 영어로 된 자료도 찾기도 합니다. 밀리터리 관련된 게임도 많이 하다보니까 취미가 일상화된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