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가고 싶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susi.orbi.kr/00071234943
04년생 남자입니다.
10대 시절을 좀 막 살았어요. 그냥 학교 생활이 안 맞아서 중학교 졸업이나 겨우 하고 고등학교는 진학 자체를 안 했습니다. 부친이 그때 막 돌아가셔서 정신이 없기도 했고요.
그렇게 몇 년을 한량처럼 딴짓하면서, 평소 재주 있던 분야에서 프리랜서 느낌으로 간간이 용돈벌이나 하며 살았는데... 갑자기 대학 진학이 간절해지더랍니다.
대단한 계기라기보다는, 그냥 주변 또래 친구들이 대학 생활 하는 모습들이 부러웠던 것 같아요. 흔히 캠퍼스 라이프라고 하는 그런 거 말이에요. 연애도 하고, 술자리도 자주 갖고, 시험 기간에는 다같이 스터디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때늦은 대학의 꿈을 키워 24년 2회차 검정고시로 수능 자격을 얻고, 바쁘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그 뒤로 2년을 추가로 더 공부를 손에서 놓았던 사람이 하면 뭐 얼마나 잘할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수학, 영어는 순도 100% 노베이스였고 화법과작문이니 언어와매체니 하는 수능 관련 기본 상식조차 탑재가 안 되어 있었죠.
심지어 그때가 아마 수능까지 채 반년이 안 남았을 때였을 거예요. 깨달았던 건, 이거는 내가 정시로 대학을 갈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이과는 아니기도 하고... 국어랑 사탐으로 최저를 맞춰서 인문논술을 4개월 정도 준비했습니다. 2합5로 넣을 수 있는 대학들은 다 넣었고, 그렇게 입시가 끝이 났네요.
당연히 다 떨어졌습니다. 확률이 극악이란 건 잘 알았지만요. 그래도 작문에는 자신이 있었던 만큼 조금은 기대했는데, 예비도 없이 올광탈... 그렇게 재수 준비 중입니다.
이제는 작년보다는 시간이 많죠. 10개월은 일단 확실히 주어진 만큼 이번에는 수학이랑 영어도 착실히 쌓아서 정시를 노려 보려 합니다... 만.
아래는 제 25학년도 수능 성적표입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알겠지만, 수학이 7이고 영어는 6입니다. 그마저도 수학은 29번이었나... 아는 사람이 25학년도 수능이니까 25로 다 찍으라는 거 하나 맞춰서 7이고요. 이게 1년 꾸준히 한다고 되는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학 생활을 기대하는 거라면 그냥 대강 아무 대학이나 맞춰서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니냐, 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에는 논술이 다 떨어지면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요.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는 말이 그렇게 잘 들어맞을 수가 없더라고요.
국어랑 탐구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나니까 눈이 돌아갔습니다. 수학이랑 영어만 어떻게 할 수 있다면 이거 괜찮겠다, 할 만하겠다, 엄청 좋은 대학도 갈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렇게 희희덕거리면서 맹목적으로 재수 준비... 했습니다.
오만한 생각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참 위험한 도박이고, 단지, 제가 입시를 준비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주변 지인들, 친척들의 최상위권 학벌이니만큼 자꾸 욕심이 생겨났습니다. 어쩌면 열등감일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요. 그래서요.
EBSI에서 진행하는 정승제 강사님의 50일수학으로 지금 보름째 공부는 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원체 숫자랑 담을 쌓고 산 세월이 길어서요. 참 어렵더라고요.
중등 수학에서도 여러 차례 막혀서, 이해 안 되는 부분들을 몇 번이고 머릴 들이받아 가면서 푸는 중입니다. 영어는 단어 공부부터 차근차근 하는 중이고요.
글을 쓰다 보니 참 쓸데없는, 영양가도 없는 얘기들이 많이 붙어 말이 무척 길어졌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대로 된 마음가짐으론 처음 임해 보는 이 입시 준비에 용기와 확신을 얻고자 게시글을 작성해 봅니다.
국어는 못해도 높은 2등급에서 1등급, 생윤은 백분위 100, 윤사도 1등급을 장담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과연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요?
과연 1년을 꼬박 들인다고 해서 제가 수학과 영어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낼 수 있을까요? 가능과 불가능을 따졌을 때, 이게 현실성이 있는 재수일까요?
대학을 가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흔히들 인서울이라 부르는 좋은 대학을 가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공부를 놓아 놓고 참 양심도 없고 염치도 없는... 날먹 마인드로 비춰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욕심이 자꾸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바라는 대학은 매번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오락가락합니다. 어린 마음에 막연히 '서연고 가자! 할 수 있다!'를 외치면서도 한편으론 중경외시, 건동홍, 어쩌면 국숭세단조차 제게는 태산처럼 높은 대학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올라오네요.
솔직히 이렇게 커뮤니티에 글을 작성한들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압니다. 왜 모르겠습니까. 조금 더 터놓고 말씀드리자면, 그저 힘내라는 말을 들어보고 싶어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긴 글 써내린 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말마따나 이 장황하기 짝이 없는 인생글을 다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김에 파이팅 한마디만 남겨 주실 수 있을까요? ㅎㅎ;;
26학년도 입시생 분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TEAM04는 더더욱 화이팅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너무 답답한 질문글들이 있음 사실 더 쎄게 쓰고싶은데 좀 순화함 과외생이엇우면 한대...
-
알고보니 쫄튀안했음
-
술 다 깸 5
아 더 마실까
-
레전드기출인데
-
ㅈㄱㄴ ㅇㅇ...ㅠㅠ 수정) 깊은 친구
-
같이 밥먹어줄사람.............
-
그래도 내가 쓴 곳이 내 노력으로 쓸 수 있는 최선이였던거같음
-
국어 4등급 수학 100 영어 4등급 물리 2등급 지과 1등급 나왔는...
-
뭘까요.. 여자가 그렇게 수능에 빠진 경우는 못본듯
-
둘다 전교회장 포스에다가 남자분은 나보다 수능 잘봄 ㅋㅋㅋㅋ
-
강의랑 1ㄷ1대응이 잘 안되나요? 친구교재 빌려서 좀 들어보는데 판서필기에 비해서...
-
참고로 주변에 더 못하는 학교도 존재함
-
싸움없는 세상 이런거
-
진짜 모름
-
가지 전에 마지막으로 인사하러 왔음요... 자꾸 공부하다 오르비 너무 많이 보는거...
-
21현역 수능 본 화석입니다 ㅎㅎ 행시 준비하다 3년을 허비하고 대학으로 돌아가자니...
-
24대비 기선제압 적생모 << 이것만큼 퍼즐 개빡센 모고 못 봤음. 실모 풀기 전에...
-
는 실존합니다 여러분 7모 재업
-
1. 인간은 뭐든지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업무를 선호하고 편하게 생각함 심장외과는...
-
적백 8
러시아 내전
-
보다 즐거운 오르비 생활을 위해 차단기능을 잘 활용해야해요 암걸리는 글을 보고...
-
재수했고 31333 나옴 (언미물지) 근데 왤케 의대 한 번 가보고싶냐... 이...
-
반수포기 4
브릿지가안풀린다 아.
-
System core정법 14강 최적의법칙 수강후기 5
진짜 90분이라는 시간동안 배운정보가 진짜 너무많아서 정리가 안되네요...
-
서울과기대 학사 졸업 고려대 석사졸업 후 스탠포드 박사 풀펀딩 진학까지 합격수기...
-
이 정도면 1
화작확통세지사문 98 89 1 98 96이면 어디정도 가요
-
내신때 풀었는데(왜 한국사 내신 상대평가를 고3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을뻔함
-
다 까먹음
-
이제 수능에서 과탐말고 사탐 해야하는 이유 그리고 사탐에서 추천하는 과목과 과탐을 선택한다면 해도 되는 과목과 안 되는 과목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3
제가 정확히 아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얼추 들은 걸로는 1. 대학에서 과탐 가산점을...
-
화1이라는 제가 사랑하는 과목이 작년에 사망하게 되어서 이과목을 살리는데 조금이라도...
-
다들 생윤하세요 0
현돌 유빈이컨만해도 1등급 보장되는 꿀과목
-
1. 16학년도까지는 한국사가 사회탐구 영역 선택과목이었는데, 투과목마냥 서울대...
-
왓 1
-
반수드가자 5
출격
-
예상댓글: 넌 주식하지 마라
-
만약 올해도 찍맞으로 미적 안락사해주면 하는 게 바보수준임 4
설마 올해도 찍맞으로 안락사 시키겠냐 ㅋㅋ
-
1컷 45 240914 충청남도가 1인당 GDP 지자체 2위라는 간단한 사실만 알면...
-
점수도 재밌게 나옴 삼수 > 재수 > 올해 > 현역
-
3컷 34 4컷 22 그나마 어려운 4페 다 버려도 3등급,찍맞 잘하면 2등급...
-
화1해줘 0
제발 내가 제일잘하는게 이건데 죽었어
-
말 그대로 정시 의대는 몇명뽑고 정시 치대는 총 몇명뽑고 이런거 학교별 말고 총인원이요
-
어질어질하네 과외맘이 끝나고 호빵 먹고 가라해서 의대 관련 잡얘기 추가로 30분 정도 해주고 옴
-
그러니까 2
일단 경제 기하 쌍사 피하면 되는거죠??
-
그런 아이디어들도 있지 않나요
-
김젬마t 1
얘들아 대성 김젬마는 별로임? 어떰? 안들어봐서 모름
-
뻥임
-
ㄹㅇ
-
출첵할때 옆에 학생 나이정보도 있나요? 조교하신분이나 아는분답변좀요ㅠ
일단 잠재력은 넘치시는듯..
국어 잘되있으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수학만 천천히 ㄱㄱ
제 1원칙도 성립하고 탐구도 워낙 높으니
충분히 포텐이 있을거같습니다
솔직히말하면 27수능 보실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근데 2년간 수학하면 안될건 없을거같은데
화이팅입니다
1년 안에 수학 영어 올리면 될 것 같은데